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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그 두 얼굴

by 호아킹 2025. 3. 1.

"모든 직원은 가족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가야 한다." 이 문구가 현실이 되기 위해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습니다.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부터 건설현장의 끊이지 않는 추락사까지,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 죽음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가치와 기업 경영의 현실 사이에서 중대재해법은 찬반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생명을 지키는 방패인가,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족쇄인가? 법의 시행 이후 달라진 현장의 목소리와 함께 중대재해법의 양면성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보호의 갑옷, 중대재해법의 긍정적 측면

중대재해법은 무엇보다 '안전'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에 두었습니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 산업 현장에서는 해마다 2,000명 가까운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고, 이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는 수치였습니다. 특히 건설현장, 제조업 등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 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어요. 현장 책임자도 눈 감아주는 분위기였죠." 중소 건설회사에서 10년간 일했던 김씨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안전 관리에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징역형과 최대 10억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강력한 제재가 변화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안전보건 전담조직이 신설되고, 안전 예산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근로자들은 이제 안전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일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일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또한 하청업체의 안전 관리도 강화되었는데, 원청기업이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 관리 책임을 지게 되면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안전을 소홀히 하는 관행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또한 산업재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해도 기업에 대한 처벌이 미미하여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과 사과를 받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는 기업이 책임을 더 무겁게 인식하게 되면서, 피해자 지원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강화되었습니다.

 

부담의 무게, 중대재해법의 도전 과제

중대재해법은 안전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한편,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안전관리자를 추가로 채용하고, 시설 개선에 투자하려면 최소 수억 원이 필요해요. 영세업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죠." 직원 12명의 소규모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대표의 토로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중소기업들은 평균적으로 1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부담이며, 특히 코로나19와 경기침체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또한 법의 모호성도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디까지 조치해야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은 과잉 대응으로 이어져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더불어 경영자들은 예상치 못한 사고에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합니다. "모든 안전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해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어요." 한 중견기업 CEO의 말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고, 일부 기업들이 위험성이 높은 사업을 회피하거나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는 '과도한 서류작업'에 대한 불만도 높습니다. 안전 관리의 실질적 개선보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문서 작업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는 본래 법의 취지인 '실질적인 안전 향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균형점 찾기, 중대재해법의 발전 방향

중대재해법의 시행 이후 우리 사회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전이라는 절대적 가치와 기업 활동의 현실적 여건 사이에서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법의 보완과 함께 다양한 지원 방안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우선, 법의 명확성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너무 추상적이라 어디까지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 중소기업 안전관리자의 말처럼, 기업들이 따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영세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확대되어야 합니다. 현재 정부는 안전 시설 투자 비용 지원, 컨설팅 제공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자금 지원 확대와 함께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합니다.

 

법 적용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관리자' 기준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즉, 경영자가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면책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이는 경영자들의 불안감을 줄이면서도,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유지할 수 있는 균형점이 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과 인식 개선도 중요합니다. 법적 강제만으로는 진정한 안전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안전의 중요성을 내재화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 내 안전 교육 프로그램 강화, 우수 사례 공유 등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론: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중대재해법은 우리 사회에 안전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법의 시행으로 많은 기업들이 안전 관리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동시에 법의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현실적인 어려움들도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안전한 일터는 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기업, 근로자,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기업은 단기적인 비용 부담을 넘어 안전을 투자로 인식하고, 정부는 처벌만이 아닌 지원과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안전 역량을 강화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근로자들 역시 안전 규정을 준수하고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보고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기업의 경영자나 관리자라면, 중대재해법을 단순히 피해야 할 규제가 아닌 조직의 안전 체계를 재점검하는 기회로 삼으세요. 형식적인 문서 작업보다는 실질적인 안전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 근로자들과 함께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근로자라면, 안전에 관한 우려사항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안전 교육에 성실히 참여하세요. 중대재해법은 여러분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안전은 모두의 책임이며,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문화가 정착될 때 진정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결국 중대재해법의 두 얼굴 - 보호의 갑옷과 부담의 무게 - 사이에서 우리는 균형을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정이지만, 이 여정의 끝에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터에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회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